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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개발 10년→1년내 단축"…AI·빅데이터로 제약시장 새지평 [미리보는 서울포럼 2023]

[보건의료·경제·안보 핵심 첨단 바이오 시대 열자]<중> 바이오헬스 패러다임 바뀐다-손잡은 빅테크-빅파마

연구원 수년 할일 하루만에 척척

불필요한 실험 없애 비용도 절감

AI 신약개발시장 年 46% 급성장

국내도 IT기업·제약사 제휴 활발

임상허가·IPO 등 규제혁신 필요





# 글로벌 빅파마인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초고속 개발한 데는 인공지능(AI)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유행 지역을 AI로 예측하고 임상 계획을 설계해 4개월 만에 6개국에서 4만 6000명의 환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임상 데이터도 AI로 분석하면서 결국 화이자는 통상 10년이 걸리던 백신 개발을 10.8개월 만에 성공시켰다.

홍콩에 기반한 AI 신약 개발사 인실리코메디신은 2019년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 물질을 단 45일 만에 발굴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수년이 걸려도 찾기 힘든 게 신약 후보 물질이지만 인실리코는 정확히 해당 계열의 후보 물질을 설계해 타깃 물질 6개를 3주 만에 찾아내고 이후 25일 만에 합성과 검증까지 마쳤다. 비용도 15만 달러에 불과했다.

제약 산업에서 AI와 빅데이터를 적용하면서 비효율적인 절차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개발 속도는 물론 효능과 비용까지 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평균 15년의 시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에 AI를 적용하면 7년가량으로 절반이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보통 신약 개발을 시작하면 1만여 개의 후보 물질 중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들을 골라 실제 약물로 쓸 수 있도록 합성하고 독성을 시험하는 데만 5년 이상이 걸린다. 동물에 실험하는 전임상시험에도 2년여가 소요된다. 이후 사람에게 투약하는 임상 1·2·3상도 5~6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신약 개발은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AI와 빅데이터를 적용하면 후보 물질 발굴 단계부터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때마다 직접 실험할 필요 없이 AI가 가상 시험해보면 불필요한 실험은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고 물질을 최적화할 대안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논문 검색만 해도 AI는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을 탐색하며 연구원이 수년간 할 일을 단 하루 만에 마칠 수 있다. AI는 10년 가까이 걸리던 전임상을 2~3년으로 줄이고 더욱 확률 높은 임상을 설계할 수 있어 이 기간도 단축한다. 윤정혁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계들이 있다”며 “해당 단계의 데이터를 모아 최적의 알고리즘을 구축하면 완전자율주행은 아니더라도 반자율주행처럼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에서 AI의 활용도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세다. 2022년 6억 980만 달러(약 8100억 원)였던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 40억 350만 달러(약 5조 3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분야별로 가장 큰 시장은 면역 항암제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뒤이어 치매·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과 뇌졸중·고혈압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순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전 세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AI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고도의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력을 보유한 빅테크가 기존 제약사와 손잡으면서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AI를 세상에 알린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를 개발해 단백질 아미노산 구조 연구를 가속화했고 모회사 알파벳은 직접 신약 개발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아이소모픽랩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는 아스트라제네카(AZ)와, 아마존은 화이자·AZ·머크 등과 AI 신약 개발 연구에서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IT 기업, 스타트업, 제약사 간의 AI 신약 개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카카오(035720)브레인은 지난해 AI 신약 개발 기업 갤럭스와 항체 치료제 플랫폼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SK(034730) C&C는 AI 신약 개발사 스탠다임과 2021년 타깃 발굴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탠다임은 한미약품(128940)·SK케미칼(285130)과 협력하고 닥터노아바이오텍은 휴온스·카이노스메드(284620)와 협업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226330)·JW중외제약(001060), 온코크로스·제일약품(271980), 에이조스바이오·대웅제약(069620), 심플렉스·삼진제약(005500), 팜캐드·이수앱지스(086890) 등 개방형 혁신 사례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AI 신약 개발 관련 전문인력 양성도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혁신형 미래의료연구센터’를 지정해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는데 AI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한 신약 개발도 교육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19년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AI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라드(LAIDD)를 시행하고 있다. 목암연구소도 서울대 AI연구원과 ‘AI-바이오 연구인력 양성과정’을 만들었다.

정부 지원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와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AI 활용 혁신 신약 발굴 사업’을 시작해 2026년까지 총 20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물질 발굴 초기부터 AI를 활용한 파이프라인이 품목 허가에 다다른 사례가 없는 만큼 업계에서는 경쟁력 있는 IT를 활용하면 선진 제약 시장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발 동력 확보를 위해 정책과 규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화이자가 자체 기술력에 미국 정부의 협조가 더해져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한 것과 달리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AI 신약 개발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신속히 발굴했지만 적기에 임상까지 진입하지 못했다.

투자금이 절실한 비상장 AI 신약 개발사들은 기업공개(IPO)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AI 신약 개발사 관계자는 “아직 매출이 적기 때문에 특례상장을 노려야 하는데 일반 바이오 벤처와 같이 임상 단계, 기술이전 실적이 아닌 AI 기술력만으로는 심사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기술에 투자할 자금을 자체 임상 개발에 먼저 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지원 사업 과제도 시장 성장을 이끌기에는 미흡하다는 목소리 또한 제기된다. 김이랑 AI신약개발협의회 회장(온코크로스 대표)은 “정부가 최소 5년은 걸릴 프로젝트를 AI 신약 개발이라며 과제 기한을 2년가량만 주고는 한다”며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려면 정부 지원이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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