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챗GPT를 필두로 AI 챗봇이 확산되면서 안 그래도 관심이 덜한 애플 시리,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삼성전자 빅스비 같은 음성 AI 비서들의 존재감이 더욱 약해지는 분위기다.

애플 시리는 2011년, 아마존 알렉사는 2014년, 구글 어시스턴트는 2016년 나왔지만  대중화됐다고 보기 힘든 반면 쳇GPT로 대표되는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 AI 챗봇들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사용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구가하고 있다.

AI 챗봇들에 대한 지금의 관심이 계속될 지는 두고 봐야 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상황은 긍정적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외에 다양한 AI 챗봇 스타트업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이들 스타트업을 지원하려는 벤처투자 회사들(VC)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애플 시리나 아마존 알렉사도 처음 나왔을 때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나름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저런 장애물들에 직면하면서 테크 생태계에서 체임 체인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존 버키 발언을 인용한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를 보면 애플 시리는 기본 기능을 업데이트하는데만 몇 주씩 걸리는 코드를 포함해 여러 기술적인 어려움에 직면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아마존과 구글도 AI 음성 비서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이는 성공하지 못한 영역에 투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들 실험들이 실패했을 때 가상 비서에 대한 열기도 아마존과 구글 내부에서 시들시들해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전직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음성 비서에 대한 의지를 계속 보여주고 있지만 챗GPT급 관심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경우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음성 비서에 대해 멍청하다(dumb as a rock)는 직격탄까지 날리면서 챗GPT 같은 새로운 AI가 판을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때 마이크로소프트도 음성 비서 '코타나'를 제공했지만 몇년 전 접었고 대신 AI 스타트업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생성AI로 방향을 틀었다. 오픈AI와 협력해 마이크소프트는 빙 검색부터 생산성 및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에 걸쳐 챗GPT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AI 음성 비서와 챗봇은 다른 AI 기술에 기반한다. 챗봇은 거대 언어 모델(LLM)에 기반해 웹에서 가져온 대규모 데이터셋 기반으로 텍스트를 인지하고 생성하도록 훈련된다.

애플 시리(Siri) [사진: 애플]
애플 시리(Siri) [사진: 애플]

반대로 시리,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는 기본적으로 지휘 및 통제(command-and-control) 시스템에 기반하며 한정된 질문과 요청 리스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사용자가 코드에 없는 뭔가를 물으면 이들 비서는 도움을 줄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다 시리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번거로운 디자인에 기반했다.

존 버키 발언을 보면 시리 데이터베이스에는 음악 아티스트 이름들과 레스토랑 위치 등을 포함해 거대한 단어 목록이 20여개 언어로 담겼는데,  단어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존 버키는 "검색 툴 같은 보다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이것은 시리가 챗GPT 같은 창의적인 비서가 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도 시리와 유사한 기술에 기반했지만 아마존과 구글은 음성 비서를 통해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아마존은 2014년 알렉사 기반 스마트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를 내놓으면서 사용자들이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는데 이 제품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알렉사에 상품 주문을 요청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가 아마존 출신 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관련해 아마존 알렉사와 유사한 전술을 구사했고 광고 플랫폼으로도 활용하려 했지만 매출 측면에선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간이 흘러 구글은 사용자들 대부분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타이머을 시작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것 같은 단순한 작업들에만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됐다. 애플의 경우 시리를 수익 사업이라기 보다는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사도록 하는데 성공적으로 활용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마존과 구글은 대외적으로는 음성 비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최근 아마존과 구글이 진행한 대규모 감원에는 음성 비서 관련 부분 인력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 애플 시리,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가 흥행 키워드로 부활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구글은 오픈AI에 대응해 생성AI 기술을 주력 제품군에 투입하는데 점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기업, 정부기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챗봇을 내장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성AI 툴들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적용된 생성AI. [사진: 구글 블로그]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적용된 생성AI. [사진: 구글 블로그]

구글은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는 AI 기술도 테스트하고 있다. 지메일과 구글독스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구글은 올 하반기 스프레드시트에서 공식 생성(formula generation), 구글 미트(Google meet) 슬라이드 및 노트 테이킹 기능에서 이미지 자동 생성을 포함해 보다 많은 AI 기능들을 워크스페이스에 투입할 예정이다.

애플도 생성 AI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애플은 회사 본사에서 거대 언어 모델과 다른 AI 도구들에 대해 배우려는 직원들을 위한 내부 행사인 연례 AI 서밋을 열었다. 또 시리 팀 멤버들을 포함해 많은 애플  엔지니어들이 매주 언어 생성 개념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두 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AI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챗봇과 음성 비서 기술은 점점 통합되는 코스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들은 음성으로 챗봇을 제어할 수 있고 아마존, 애플, 구글 음성 비서를 쓰는 이들은 날씨 확인과 같은 작업뿐만 아니라 가상 비서에게 업무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챗봇 기반 검색 엔진 AI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Perplexity) 창업자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가상 비서는 예전에는 결코 먹혀들지 못했다. 사람 수준 언어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